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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아직 그토록 어린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산에 계셨던 동안,

제 뜻대로 마음껏 하고픈 대로 할 수 있었을 땐...

전 제가 정말 잘하고 있는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버지께서 산에서 내려오시자 마자부터 직원에게 화부터 내시는 걸 못 마땅해했고,

그런 아버지 모습을 이해하기 보단 실망만 품었었습니다.

헌데 이번 한 주 동안 아버지와 함께 밤늦도록 일하며 참으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제 자신이 얼마나 게으른지,

평소에 얼마나 덩렁대는지,

그동안 얼마나 경솔했는지,

수시로 아버지 앞에서 제안했던 얘기들이 얼마나 건방진 것들이었던 것인지를

제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상황파악도 제대로 안한 상태에서 받아 놓고 결국 처리도 못하고 밀려만가는 일들...

건들었다 하면 연달아 터지는 불량... 업무와 별개로 작용하는 수많은 외적 요인들...

통제할 수 없는 예측불가항력적인 발생하는 결함과 문제들... 그 앞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제 모습...

저는 시나브로 자신감을 잃어갔었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자괴감을 느꼈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정말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며 제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의문스러워 진건 처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게다나 사실 무섭기도 했습니다. 우릴 믿고 일을 맡긴 업체들은 저 때문에 여러가지로 큰 손해를 입을테고, 그 때문에 우리 공장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올테고... 벌어진 일들은 결국 아버지께서 사후처리를 챙겨서 책임지시느라 고생하실테고... 아버지께 정말 크게 혼나겠구나는 걱정이 앞서면서, 점점 이러다 더 큰 실망만 드리고 부자지간에 신뢰마저 무너져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에 잠을 편히 못 이뤘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에겐 그렇게 엄하시던 아버지께서...

그렇게 사고를 연발하는 제게 큰 소리 한번 없이 문제 대한 질책만으로 넘어가시고 또 넘어가시고...

제 앞에서 화를 참고 또 참으시는 의외의 모습에서... 전 더 더욱 죄송스러워졌습니다.

 

똑같이 밤늦도록 일하고 새벽에 들어가셔서,

저는 아침 9시가 넘어서 나올 때, 아버진 이미 나오셔서 밤새 돌아간 일을 살피고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계셨고...

그 다음날도 회식하고 술까지 마시고 저와 둘이서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가셔 놓고,

전 아침 11시가 넘어서 나올 때, 아버진 역시 이미 일찍이 나오셔서 또 다음 일을 챙기고 계시고...

제가 아버지께 다가설 때, "왜 이제서야 나오냐! 정신이 있냐 없냐?" 이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는데

"밥은? 먹었냐?"는 말부터 물으셨던 아버지...

 

저는 놀랐습니다.

그렇게 3일만에 밀린 일과 제가 망쳐놓은 모든 일들이 아버지 손에서 쉼없이 풀려가는데...

문득 아버지께서 오래전에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게 다 때려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셨을 때,

제가 무릎꿇고 한번만 용서해주시라고 딱 한번만 더 믿어주시라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

"호건아, 아빤 프로다. 그냥 별 생각없이 하는 것 같아 보여도, 그게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은 자존심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들인 너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돕지 아니한만 못한 결과가 나온다."

 

오늘에서 깨달았습니다. 프로정신이란 게 뭔지를...

DSC_0166.jpg 전 제 나름대로 지금까지 삶의 균형을 잘 잡아왔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버지와 일을 하면서 삼일 째 손을 제대로 못 씻고 잘만큼 제가 제 삶 조차도 도저히 통제하지 못 한다는 사실에... 지금까지 아버지가 공장과 직원들을 신경쓰시면서 저희까지 챙겨주셔온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감히 아버지만큼 열심히 뭔가를 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을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아무런 나무람없이 걱정하지말라며, 놔두고 신경쓰지말고 다른 일 하라는 말씀에...

정말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때때로 원망하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제 정말 몇개월 후면...

아버지 어머니와 더 함께 있고 싶어도 그럴 시간도 없을 거란 사실에... 어쩌면 지금 이러한 고되고 힘든 시기가 저와 아버지 어머니 사이에 남는 마지막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더 열심히 해서 조금이나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부족한 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고작 몇달 이렇게 검어진 손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그렇게 검게만 지내온 어머니 아버지의 손...

 

프로답게 살아오신 아버지의 검은 손에 부끄럽지 않게끔 끝까지 잘하겠습니다.

저도 제 이름과 자존심을 걸고, 차라리 안했으면 안했을 망정

뭐든 할 거면 제대로 하는 프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일찍이 이해하지 못했던,

저의 야속한 어리석음에 한없이 죄송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잠자리와 끼니를 걱정하시는 아버지의 온정에 정말 깊은 감사의 말 올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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