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아직 그토록 어린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산에 계...

Posted in Gratitude  /  by 서호건  /  on Nov 16, 2009 03:57

아버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아직 그토록 어린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산에 계셨던 동안,

제 뜻대로 마음껏 하고픈 대로 할 수 있었을 땐...

전 제가 정말 잘하고 있는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버지께서 산에서 내려오시자 마자부터 직원에게 화부터 내시는 걸 못 마땅해했고,

그런 아버지 모습을 이해하기 보단 실망만 품었었습니다.

헌데 이번 한 주 동안 아버지와 함께 밤늦도록 일하며 참으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제 자신이 얼마나 게으른지,

평소에 얼마나 덩렁대는지,

그동안 얼마나 경솔했는지,

수시로 아버지 앞에서 제안했던 얘기들이 얼마나 건방진 것들이었던 것인지를

제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상황파악도 제대로 안한 상태에서 받아 놓고 결국 처리도 못하고 밀려만가는 일들...

건들었다 하면 연달아 터지는 불량... 업무와 별개로 작용하는 수많은 외적 요인들...

통제할 수 없는 예측불가항력적인 발생하는 결함과 문제들... 그 앞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제 모습...

저는 시나브로 자신감을 잃어갔었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자괴감을 느꼈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정말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며 제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의문스러워 진건 처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게다나 사실 무섭기도 했습니다. 우릴 믿고 일을 맡긴 업체들은 저 때문에 여러가지로 큰 손해를 입을테고, 그 때문에 우리 공장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올테고... 벌어진 일들은 결국 아버지께서 사후처리를 챙겨서 책임지시느라 고생하실테고... 아버지께 정말 크게 혼나겠구나는 걱정이 앞서면서, 점점 이러다 더 큰 실망만 드리고 부자지간에 신뢰마저 무너져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에 잠을 편히 못 이뤘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에겐 그렇게 엄하시던 아버지께서...

그렇게 사고를 연발하는 제게 큰 소리 한번 없이 문제 대한 질책만으로 넘어가시고 또 넘어가시고...

제 앞에서 화를 참고 또 참으시는 의외의 모습에서... 전 더 더욱 죄송스러워졌습니다.

 

똑같이 밤늦도록 일하고 새벽에 들어가셔서,

저는 아침 9시가 넘어서 나올 때, 아버진 이미 나오셔서 밤새 돌아간 일을 살피고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계셨고...

그 다음날도 회식하고 술까지 마시고 저와 둘이서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가셔 놓고,

전 아침 11시가 넘어서 나올 때, 아버진 역시 이미 일찍이 나오셔서 또 다음 일을 챙기고 계시고...

제가 아버지께 다가설 때, "왜 이제서야 나오냐! 정신이 있냐 없냐?" 이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는데

"밥은? 먹었냐?"는 말부터 물으셨던 아버지...

 

저는 놀랐습니다.

그렇게 3일만에 밀린 일과 제가 망쳐놓은 모든 일들이 아버지 손에서 쉼없이 풀려가는데...

문득 아버지께서 오래전에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게 다 때려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셨을 때,

제가 무릎꿇고 한번만 용서해주시라고 딱 한번만 더 믿어주시라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

"호건아, 아빤 프로다. 그냥 별 생각없이 하는 것 같아 보여도, 그게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은 자존심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들인 너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돕지 아니한만 못한 결과가 나온다."

 

오늘에서 깨달았습니다. 프로정신이란 게 뭔지를...

DSC_0166.jpg 전 제 나름대로 지금까지 삶의 균형을 잘 잡아왔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버지와 일을 하면서 삼일 째 손을 제대로 못 씻고 잘만큼 제가 제 삶 조차도 도저히 통제하지 못 한다는 사실에... 지금까지 아버지가 공장과 직원들을 신경쓰시면서 저희까지 챙겨주셔온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감히 아버지만큼 열심히 뭔가를 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을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아무런 나무람없이 걱정하지말라며, 놔두고 신경쓰지말고 다른 일 하라는 말씀에...

정말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때때로 원망하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제 정말 몇개월 후면...

아버지 어머니와 더 함께 있고 싶어도 그럴 시간도 없을 거란 사실에... 어쩌면 지금 이러한 고되고 힘든 시기가 저와 아버지 어머니 사이에 남는 마지막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더 열심히 해서 조금이나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부족한 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고작 몇달 이렇게 검어진 손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그렇게 검게만 지내온 어머니 아버지의 손...

 

프로답게 살아오신 아버지의 검은 손에 부끄럽지 않게끔 끝까지 잘하겠습니다.

저도 제 이름과 자존심을 걸고, 차라리 안했으면 안했을 망정

뭐든 할 거면 제대로 하는 프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일찍이 이해하지 못했던,

저의 야속한 어리석음에 한없이 죄송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잠자리와 끼니를 걱정하시는 아버지의 온정에 정말 깊은 감사의 말 올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Me2day Yozm
  1. 첨부
  2. 문서정보
  3. 이 게시물을...
  4. SNS
    Social Network Service
Comment '0'

Leave Comments



List of Articles
  1. 05 Feb 2003 00:02 No Image NOTICE 호건이가 그렇게 말했었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꿈이 있는 사람이고, 내가 아끼는 사람은 그 꿈을 향해가는 사람이고,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끝끝내 그 꿈을 이룬 사람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닮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나는 뜨거운 태양이고 꿈은 작... Category :My Dear Reply :2 Views :363909
  2. 08 Aug 2010 18:54 BE CREATIVE! BE CREATIVE! You know...? Who is a true winner in our life? The one is the person who can pursue his or her dreams and... finally gets the goals! It is often said that Capitalism is unequal and o... Category :Gratitude Reply :0 Views :4129
  3. 24 Mar 2010 10:49 No Image 중국, 실망이다! 결국엔 구글이 중국에서 물러났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땐, 별 생각 안들었는데, 오늘 LG 경제연구원에서 보내온 자료 중, "LGERI의 미래생각(5) 웹 2.0+ 시대의 성공조건"을 읽고... 나는 살짝 감동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 Category :Society Reply :0 Views :3982
  4. 10 Jan 2010 22:34 책 읽을 시간이 없네... "아~ 책 읽을 시간이 없네..." 며칠 전 잠자리에 들며 내맽은 말이었다.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머릿속엔 '아~ 정말 딱 한 시간만 책읽을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내일 또 수영하고, 출근하려면 일찍 자는 수밖에...'... Category :Time Reply :0 Views :6016
  5. 02 Dec 2009 23:15 No Image 승현아, 고마워...! 승현아... 오늘 정말 고마웠다. 내가 대놓고 말은 못했다만... 여러가지로 오늘 나 감동했다. 네가 진정 나를 깊게 이해하고 있단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요즘 내가 정말 고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네가 고생해서 번 돈으로... Category :Friends Reply :0 Views :4423
  6. 18 Nov 2009 23:24 명품:싸구려:진지함:가벼움 오랜만에 짧은 글을 하나 써 보련다. 오른쪽에 쌓여진 수많은 글감들... 아~ 쓰고픈 생각들은 너무나 많은데... 그냥 녹음을 해버릴까?ㅋㅋㅋ 음... 얼마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명품과 싸구려의 차이는 뭘까? 사실 명품과 ... Category :Life Reply :0 Views :4488
  7. 16 Nov 2009 03:57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아직 그토록 어린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산에 계셨던 동안, 제 뜻대로 마음껏 하고픈 대로 할 수 있었을 땐... 전 제가 정말 잘하고 있는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Category :Gratitude Reply :0 Views :4416
  8. 05 Nov 2009 23:57 공부할 수 있는 당신... 정말 행복한 겁니다. 공부할 수 있는 당신... 정말 행복한 겁니다. 마음껏 온전히 자기가 하고픈 공부에 미칠 수 있는 그대들이... 요즘 너무도 너무도 부럽습니다. 저도 한땐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 시간들이 그토록 소중한 것인지를... ... Category :Study Reply :0 Views :4820
  9. 05 Oct 2009 23:31 잠을 줄여야 하는 건가...? 아... 하루가 너무 짧다. 하루를 길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쉽게 떠오르는 방법은 그저 잠을 줄이는 거다. 허나, 나 역시 '잠'을 중시하는 편이라서... 섣불리 그런 선택을 할 순 없다. 개인적 경험 상으로도 잠을 줄여가며 ... Category :Time Reply :2 Views :4646
  10. 24 Sep 2009 18:07 History : Existence 히스토리와 존재의 관계... 지금까지의 내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더라도 과연 지금의 나와 같은 가치관과 생각을 지니는 것이 가능할까? 꼭 히스토리가 없어도 난 지금의 나일 수 있고, 어떤 현상을 지금처럼 인지하는 게 가능... Category :Human Reply :5 Views :4933
  11. 11 Sep 2009 14:09 No Image 과연 누구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까? 과연 누구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까? 물론 내가 이런 것을 논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순수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판단할 수 있으리 라고도 생각한다. 사장님부터 가장 말단직원까지 모든 ... Category :Enterprise Reply :1 Views :3601
  12. 24 Apr 2005 12:02 No Image 자기소개서 - 2005/04/24 (수정판)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향해 가고 있는가?’ 제가 수시로 제 자신에 묻는 말입니다. 저는 제가 지닌 소신과 신념으로 삶을 설계하고, 현실로 만들기 위해 행복한 노력을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판단과 주관... Category :Ego Reply :2 Views :4519
  13. 10 Feb 2004 20:36 No Image 자 기 소 개 서 1. 좌우명 및 생활관 인자무적(仁者無敵 : 어진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이 사자성어는 제 가슴 깊게 새겨져있는 저의 좌우명이자 정신적 신조입니다. 제가 행하는 모든 일의 궁극적인 기준이기도 합니다. 저는 단순히 혼자서 우뚝 선 사... Category :Ego Reply :5 Views :4047
first 3 4 5 6 7 8 9 10 11 12 l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