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건2009.10.06 01:38

일찍 자려다.

읽던 책 마저 다 읽고 자겠다고 침대위에 누워서,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을 펼쳤다.

남은 10여 페이지를 다 읽었다. 그리고 이렇게 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냥 홈페이지를 닫고, 잠수를 타버릴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1년 동안... 아니 어쩌면 영원히...

 

항상 나 자신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솔직하게 드러내왔는데...

왠지 그 때문에 다른 이들이 나에 대한 인간적 신비감이나 호기심이 덜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내가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장자> '달생편'에 나오는 '닭'과 같은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나대는 거 같다. 뻐기는 거 같다.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는 것 같다는 양심적 가책이 느껴진다.

 

물론 내 홈페이지를 찾아오는 이들은...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내 이야기를 듣고자 여기까지 자발적으로 찾아온다는 점에서,

내가 솔직하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만...

과연 나의 이 솔직함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는지...

부끄럽게도 정작 나 자신은 그들에게 그만한 관심과 배려를 못 해주고 있는데 말이다.

 

오늘 그 책을 덮으면서, 나는 다소 긴장을 했다.

2004.08.09 에 나는 나 자신이 죽었다고... "8월 9일 서호건 사망"이라는 일기를 썼었다.

그리고 난 그날 밤 윤동주의 서시를 수없이 되뇌었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리고 난 오늘 밤에도 이 시를 되뇌고 있다. 그 무렵에 쓴 일기들을 들춰보고 있다.

2004년 8월은 고2 여름방학...

사망신고 이틀 전 2004.08.07에 쓴 시,


null너만 바로 볼 수 있다면
                                   서호건

나는 너와
항상 함께이고 싶어...
그래서...
그래서 난,
한 마리의 박쥐가 되려고 해

온세상이 다 뒤집어져
나를 외면할지라도
오직 내 옆에 매달린
너 하나만 바로 볼 수 있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난 한마리 박쥐가 되고 싶어

너만 바라 볼께
너만...

그 당시 바라본다며 지칭한 '너'는...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린, 학업을 의미했다.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오직 '너' 하나 '학문'에만 전념하고 싶은 그 심정을 누가 알아주었겠는가.

하지만, 잦은 마음의 유혹 때문에 일탈을 범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을 따름이었다.

그 괴로움에 굳은 결의를 다지고자 사망신고를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새벽.... 난 생에 두 번째 사망 신고를 해야할 것 같다.

요즘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 내 모습을 지켜야하는가... 변해야 하는가...

진정 달라져야만 하는가... 그 달라짐만이 진짜 서호건일 수 있는 것인가...

그 피나는 고통 후엔, 난 행복해질까...

 

가리워진 길

 - 유재하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의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갈 길을 찾았네
손을 흔들며 떠나보낸 뒤 외로움 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마음은 더 여유롭게~

생각은 더 유연하게~

행동은 더 단호하게~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자.

아직 섣불리 결정지어선 안될 문제다.

 

일류가 되고 싶은 건지...

삼류가 되고 싶은 건지...

진짜 내가 내 삶을 통해 찾고자 함이 무엇인지...

그 본질부터 다시 검토하자.

몇날 며칠이 걸리든 남은 20대와 30대 그리고 평생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가치문제이니만큼 신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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