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건2009.10.17 08:54

나의 본질, 다른 모든 것을 제해도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을 물은 거 였구나

이 물음에 대해 난 두 가지의 결론을 내렸어.

 

하나는 신의 존재를 인정했을 때,

비현실적 차원에서까지도 존재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절대성. 소위 말하는 영혼.

그게 곧 나의 본질이고, 현실 속에서 자각하는 의식과 행위는 우리 영혼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라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을 때,

과학적 논리에선 나의 진짜 본질이란 게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물론 이 대답은 네 입장에서 썩 듣기 좋은 대답은 아닐 거 같아, 동의하기도 쉽진 않을 거 같고

네가 전제로 놓았던 나의 본질이란 것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거니까.

 

신의 존재를 인정한 가정으로부터 얻은 결론에 대해선 네가 의문스러워 할게 없을 거 같아서 패스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했을 때를 가정하고, 내 나름의 논리를 풀어가 보려해.

참고로 난 위의 두 결론 중에 어느 것 하나가 더 정당하다고 보진 않아.

알다시피 난 신적 메커니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학청년이고 싶음과 동시에

과학적 논리성을 상당히 중시하는 까탈스런 공학도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ㅋ

그냥 각각의 해석의 가치를 대등하게 바라보고, 그 나름의 논리성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거~

뭐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고, 저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는 거지^^

물론 정답은 죽을 때까지 알 순 없겠지만 말야ㅋㅋㅋ

 

이걸 대화를 통해 나눴었으면 더 편하고 재밌었으련만 글로 쓰려니까 여간 답답한 게 아니네

서호건이 글쓰는 게 답답하게 여겨진다.’는 말은 그만큼 글 통한 의사표현능력이 녹슬었다는 건가…?

아니면 글을 통한 의사전달이 실시간 아니라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걸까…?

네가 어느 부분까지 인정하고 공감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어느 깊이까지 설명을 곁들여야 할지를 모르겠어.

그래서그냥 너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겠다는 마음보다도, 그 주제 대한 내 생각을 쭉 정리하는 식으로 글을 써내려 가는 게 나로썬 편할 거 같아. 물론 이건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작가의 거만한 태도지만, 뭐 그럼 맘에 안 들면 그냥 읽지마~ 그래도 계속 읽을 거면 그거 감안하고 지루하고 자질구래 해도 읽어보든가~

 

아무튼 그 점을 참고하고, 그럼 이제 하나하나 풀어 써 볼까?

지금부턴ㅡ

잘 짜여진 논리적인 글이라기보단, 그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ㅡ

나의 사고 흐름대로 풀어가는 거라는 거 참고하시고~ Ok, Let’s Go!

 

내가 생각하는 는 뭔가?

걷고 달리고 뛰고, 그렇게 먹고 자고 싸는 게ㅡ 그게 서호건인가? ~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래, 그건 아냐~

그건 그냥 인간이지지구 안의 수많은 개체 중의 한 종의 생리적 특성과 사회적 습성일 뿐인 거지. 더욱이 우주적 관점에선 먼지보다 못한 작디 작은 지구라는 행성을 구성하는 요소 일부의 특성일 뿐이고, 우주 이상의 원초적 거시세계에서 본다면 더더욱 입지가 작은 미미한 요소일테지.

 

우리가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할 때, 생각해 봐야 할 것은ㅡ

가장 먼저 그것이 다른 개체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인 거지. 그 차이가ㅡ 곧 그 대상의 고유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테니까 말야. 만약 어떤 식으로든 아주 희박하게라도 똑같은 게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결코 고유한 것이라고 할 순 없는 거지.

 

따라서 본질적인 관점에서 진짜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면,

난 다른 인간들이 행할 수 없는ㅡ

물론 다른 개체들도 따라 할 수 없는ㅡ

오직 나만이 갖고 있고 나만이 할 수 있는ㅡ

완전하게 독보적인 것! 그걸 찾아야 하겠지. 그게 바로 나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걸 테니까.

이것이 바로 고유성의 개념에 대한 전제조건이지.

 

라는 존재를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면,

육체(객체) + 정신(비가시적 반응 : 의식적 + 무의식적 사고) + 행위(가시적 반응) 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

"이 이상의 뭔가도 있겠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만,

"그게 뭔데?"라는 나의 되물음에 "그건 인간의 지능으론 결코 알 수 없는 뭐..." 이런 식의 답을 할 거라면... 패스!

우리의 이성으로 인지할 수 없는 거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지. 우린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를 펼칠 수 밖에~

 

서두에서도 말했다시피 먹고 자고 싸는 등의 기본적인 인간적 행위 자체는 결코 나만의 고유성이 될 순 없지다른 이들도 따라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고 있고그렇다면 남은 것은 육체, 정신(사고)인데과연 이것이 나 아닌 다른 존재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되는 거지...

 

일전에 주장했던 대로, 히스토리가 다를지라도 우린 현재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 앞으로의 모든 주장을 다 아우르는 결론이고, 그 결론에 비춰보면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타인과 똑같을 가능성이 희박하게 나마 있고(물론 그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론 우리를 고유하다고 할 수 있어) 따라서 우리는 원초적으로 고유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했던 건데~

 

내 생각에 그게 네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었던 이유는, 그 결론이 네 전제조건을 부정한 것으로부터 얻은 거라서 그랬던 거 같아. 그럼 네 전제조건에 대한 부정을 납득할만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겠지?

 

'지금의 나'라는 것 자체가 히스토리를 포함한 개념이라는 가정을 전제

라고 했는데, 난 이 전제조건에 동의할 수가 없어.

 

'지금의 나'의 히스토리는 우주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거의 무한대개(ea)에 가까운 원자들이 01중에 하나의 값을 결과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역사인데.. .그중에 단 하나의 원자라도 그 반대의 값을 취했으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조차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나비효과이론과 연계시켜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

그 원자 하나가 취할 수 있는 값 0 1의 차이는 그 자체로는, 또 현상적으로는 거의 티도 안나는 미미한 차이겠지만 그것에 의한 도미노효과로 파생되는 결과들은 결국에는 엄청 큰 것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래, 그럴 수도 있어허나 그건 나비이론이 갖는 발생 가능성 정도의 확률로 그러겠지.

0 1의 차이로 다음 결과가 달라질 순 있어도, 그게 나중에 엄청 큰 변화를 만들 거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

그건 도미노 이론의 탈을 쓴 나비이론의 논리적 비약이야

오히려 반대로 그 작은 0 1차이는 궁극적 결과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더 높은 확률이 있게 되지 0 1의 차이가 갖는 영향력이 더 미미하면 미미할수록 말야

 

그 근거로 나비이론과 도미노 현상을 내세웠었는데...

그렇다면 네 주장은 어디까지나 나비이론이 갖는 가능성의 확률 정도에서만 그 정당성을 가질 뿐이야.

나비 이론에 도미노 이론을 끌어들이게 되면 도미노 이론이 갖는 선형적 해석이 확률적 해석 안에 포함되고, 그러면 네가 유도한 답은 선형적 논리가 아닌 거지. 내 생각엔 네가 도미노 이론에 대한 논리성을 나비 이론에까지 무심코 확대 적용했던 거 같아. 나비이론은 카오스 이론 중의 하나일 뿐이고,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초기 조건의 민감한 의존성'을 말하고자 한 확률적 논리일 뿐이고, 그 논리를 바탕으로 얻은 답은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현실에서 나비이론에 의한 현상이 발생할 정도의 확률적 당위성을 갖게 될 뿐이지.

 

그렇다면 나비이론에 따른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얼마냐를 생각해봐야겠지?

아프리카에 있던 나비 한 마리의 날개짓에 벌레가 떨어지고

-> 그 벌레가 원숭이 등에 올라타서, 원숭이가 그걸 긁는다고 팔을 들었어

-> 그러다 옆에 있던 나뭇가지가 아래 냇물에 떨어지고

-> 그 때문에 물의 흐름이 습지 지역으로 바뀌고

-> 덕분에 증기가 뿜어져 나오던 구멍이 막혀 화산이 폭발하고

-> 그 때문에 북서부로 진행하는 고온성 난류대기의 흐름이 생겨 태풍이 일어났다

 

그 나비 때문에 그 태풍이 발생할 확률은ㅡ

나비가 날개짓을 한 그 순간부터 태풍이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의 이 모든 사건의 발생가능성을 모두 곱한 값이겠지. 네가 생각하는 그 엄청난 파생적 결과가 일어날 확률도 그 정도라고 볼 수 있겠지 내가 보기엔 그 값이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확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도미노 이론 적용하면,

나비의 날개짓이 없었다면, 태풍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도 생각하기 쉽지만

만약 그 순간에 나비의 날개짓 있든 없든, 그 벌레가 다리가 풀려 미끄러졌더라면 결국엔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겠지. 그럼 나비의 존재자체는 의미가 없어져~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 찰나에서 나비가 그 자리 그 곳에서 날개짓을 할 확률과

그 순간에 벌레가 나비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미끄러질 확률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인 거지.

현실적인 측면에서 같은 확률이라고 봐야지

우리의 이성적 판단에선 도저히 산술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엄청나게 희미한 수치의 확률이니까.

그저 신의 섭리ㅡ 즉, 우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미미한 값인 거지굳이 따져볼 여지가 없어

 

나비이론은 태풍을 발생하는데 나비의 날개짓이 결정적 요소였다고 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태풍이 생겨나는데나비와 같은 작은 요소들이 작용했었을 수 있음을 말하고자 했던 거지. 그 요소가 없었다면 그 결과도 안 생겼을 거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작은 요소일지라도 나름의 영향력 갖고 있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게 못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논리인 거지

 

그런데 그에 대한 나의 논리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이 나비이론 안의 들어있는 연쇄적 선형논리구조는 매우 중요해, 도미노 이론 말야

어떤 결과든 그 결과는 그 전까지의 모든 히스토리에 기반한다 사실 그 자체 말야.

하지만 여기서도 그 히스토리가 고유하고 절대적으로 하나 뿐이라고 할 순 없어.

 

벌레가 어쩌다 다른 이유에서라도 미끄러질 수 있었을 수 있듯,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다른 요소들의 영향에 의해서도 동일한 결과는 나타날 수도 있지~ 단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수많은 요소들의 연쇄적 인과관계(자극과 반응)에 의해 어떤 결과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야. 에서 는 없다는 개념 말야. 이게 신적 존재의 인정 여부의 핵심이 되지.

 

그럼 이제부터 더 본질적으로 생각해볼까?

과연 나비는 어떻게 그 당시 그 자리에서 날개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나비가 태풍을 만들어낼 과정을 생각했던 걸 거꾸로ㅡ

나비가 그 자리에서 날개짓을 할 수 있었던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는 거지.

먼저 그 나비가 태어났었어야 하고, 그럼 그 나비의 부모가 있었을 것이고, 그 부모가 서로 만나 관계를 가졌었어야 하고, 뭐 그럼 그 부모 각자의 부모들도 있었을 거고이는 끝없는 원초적 질문을 낳게 되지...

여기서 중요한 건그 가장 원초적 근원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쨌든 그 원초적 발생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연쇄적 프로세스에 의해서 나비가 그 자리에서 날개 짓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야.

그 과정이 어떤 식이었든 무엇이 어떻게 개입 되었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아그 결과를 만들어낼 우주의 조합 방식은 무한개수의 조합이 있을 테고, 그 중의 하나의 과정을 통해 그런 결과가 나왔을 뿐이니까~

 

우리의 존재 역시 그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아.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비와 우린 특별히 다들 게 없어~

 

인간이란 종의 근원이 어디서부터인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 어떤 조합들이 계속 구조를 바꾸고 주변환경과 수많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어떤 룰에 따라 일어났을 것이고, 그러한 결합과 분리의 반복으로부터ㅡ 지금 우리의 모습에 이르게 된 거지.

 

물에 잉크를 풀면, 확산이 일어나잖아? 과연 그 현상에 대한 룰은 없는 걸까?

선형적 논리를 물고 늘어지면 분명 있어야 겠지. 그리고 분명 나름의 규칙이 있을 거야. 다만 우리가 그 룰을 수학적으로 모델링 할 수 없고, 설령 할 수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처음 잉크를 떨어뜨렸을 때와 동일한 환경조건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정도의 난해한 규칙성을 '무질서'라고 정의했을 뿐인 거지. 허나 우리가 해석할 수 없다고 해서, 본질적으로 확산 현상이 무질서한 것은 아니지. 과학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듯이 말야.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우주적인 룰에 대한 가장 근원적 원리와 구조 역시ㅡ

존재와 비존재“10”의 이분법적 구조의 연속적 결합에 의해 비롯된 것들이야

설마 이러한 룰에 대한 가정에 대해, 저번처럼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비존재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제 3의 형식을 들먹이진 않겠지? 난 이미 신의 존재를 배제하고 논리를 푸는 거라고 가정을 했고, 이는 내가 실제로 신의 존재를 부정해서 그의 부재를 놓고 논리를 펴는 게 아니라 이성적 사고를 위해선 신의 영향력을 통제하는 게 불가피하고, 그래야만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어서 그러는 거라는 거~ 선형적 논리를 전제로 하면 그 룰까지도 그 전제조건에 입각해야 하니까.

 

물리적인 관점에서 파악할 때는 21년전에 한 난자로부터, 한 정자로부터 온 DNA들의 셔플로 탄생된 23개의 DNA쌍들이 그 안에 저장된 code에 따라 단백질들을 합성해가서 그 DNA들을 계속해서 복제해낼 수 있도록 하나의 유기적 기계 (여기서는 나라는 생물 개체)를 만들어낸 명령과 수행의 과정이 나라는 사람이 되겠지.

우리의 육체 역시, 네 말대로 DNA결합에 의해 태어나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은 수많은 환경적 요소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써 지금의 네 모습이 되어있겠지. 물론 이 요소들의 상호작용엔 분명 우주의 룰이 적용되었을 거고~ 정신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사고방식과 지금의 뉴런구조가 생겨났겠지

 

DNA결합의 시점부터 이야기 했는데, 그럼 그 DNA는 어떻게 결합될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그러기 위해선 너의 부모님이 서로 만나셨어야 할 것이고, 당연히 부모님의 부모님이 계셨어야 할 것이고...

그런 식으로 계속 따지고 들면, 나비처럼 인간 기원의 원초적인 뭔가가 있었을 것이고, 그 원초적 뭔가는 또 어떤 무언가로부터 비롯된 거였겠지

 

그렇게 보면, 네 존재는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해진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비록 우린 그 인간의 기원과 지금까지의 모든 진화과정을 다 이해하고 그 룰들을 다 해석할 순 없어.

하지만 우린 하나의 법칙을 인정할 수는 있지. 도미노처럼 어떤 결과는 원인에 기반한다. 1혹은 0이 있고 난 다음에 그에 따라 다음 단계가 발생한다는 사실 말야.

소위 지금은 빅뱅을 우주의 시초로 보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과학적인 입장에선 그 시발점으로부터 우리의 존재는 이미 정해져 있던 거지물론 그 빅뱅도 어떤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고 어떤 조건에 의해 일어난 하나의 반응일 뿐이겠지만 말야. 그나마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범주가 그 정도인 거지.

 

너가 지금 네 머릿속에 떠로으고 있는 것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빅뱅의 순간부터 정해져 있던 결과지모두가 필연적인 것들이지.

단지 우리가 운명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모든 룰을 이해하고 해석해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주 오래 전 우리의 조상들은 일식과 월식을 신이 주는 신호로 보았지만, 지금 우리는 언제 몇 시 몇 분 몇 초에 일어날지 정확하게 알 수 있잖아? 그 당시엔 몰랐기 때문에 그게 우연일 것 같고, 어떤 신적인 현상이라고 보았던 거지어쩌면 지금 우리가 의문시하는 모든 현상도 훗날 우리 후손들의 뛰어난 지능에 의해 풀어질지도 모를 일이지

 

우리 주변의 모든 일이 필연적인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삶을 허무하게 느끼게끔 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만

이 필연성은 어디까지나 원초적 개념에서 필연적이라는 거고어차피 나비가 그 자리에 있었을 확률을 알 수 없듯이ㅡ 우리의 삶을 우리의 이성으론 도저히 헤아릴 수 없으니까, 설령 이 세상에 모든 일이 그렇게 본질적으로 필연적일지라도, 우리에겐 현실적으로 다 미스터리고 우연처럼 느껴질 뿐이지.

 

이미 삶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그 삶이 재미없고, 가치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이미 정해져 있으면 뭐 어때? 어차피 우린 모르는데, 정해져 있든 정해져 있지 않든 우리가 체감하는 건 똑같은데뭐랄까 이건 마치 우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거야

 

비록 어차피 열차는 정해진 코스대로 달리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광경은 모든 게 처음이고 그 안에 앉아 느끼는 그 모든 스릴과 자극은 우리에게 새로운 반응을 일으키지

설령 앞으로의 우리의 삶도 이미 다 정해져 있더라도, 우리 입장에선 그 모든 게 다 새로이 받아들여지고 느끼게 될 것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지. 앞날의 예정된 요소들에 대한 예상을 전혀 할 수 없기에 우린 우리 나름대로 자유의지라는 착각을 할 여지를 갖게 되는 거지~ 난 이런 걸 '착시현상'과 유사한 '착상현상'이라고 말하고 싶어(이에 대한 글을 쓰고자 글감으로 담아뒀던 건데...)

 

아무튼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론 21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너는 분명 다르고 지금의 너는 21년 전 너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당시 너는 지금의 너의 모습이나 행동 생각들을 이해하거나 동의 하기 쉽지 않은 게 당연하지.

허나 21년 너가 내가 말하고 있는 이러한 원초적 필연성을 인정할 수 있었다면, 미래의 21년 후에서 네 모습이 당연하다는 것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었을테지. 지금 네가 이 논리를 인정한다면,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의 네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너가 너일 수 있는 요소들"을 찾고자 할 때, 어디까지의 범주를 말하는 건지가 중요해.

인간이란 종의 범주에선 너가 가진 이성이과 몸뚱아리가 너를 다른 사람과 구별짓게 하지만,

그 이상인 우주 속의 범주에서 너란 존재는 우주의 입장에선 고작 몇 가지 요소들이 결합한 채 잠시 일어나고 있는 태양계의 지구 안에 있는 인간이란 종이란는 미미한 반응의 극히 일부일 뿐이야.

 

그런 거시적 관점에서 우린 백사장의 모래알 하나 같은 거지...

각각의 모래들 나름에선 자기가 고유한 뭔가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백사장을 볼 땐 다 같은 모래인 것처럼~ 설령 요건 A101 모래, 이건 A102모래, 그리고 저건 B202라며 각자에게 이름을 붙여줄 순 있지만, 다 잘게 부숴보면 결국 규소, , 아연 뭐 이런저런 것들의 결합체일 뿐이잖아. 그 규소, 철 들도 따지고 보면 핵과 전자의 결합이고그런 점에서 모든 원소들은 똑 같은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단지 결합 구조만 달리하고 있을 뿐이지

 

우주적 관점에선 우리의 육체 역시 그런 원소들의 결합에 의해 잠시 인간이라고 할만한 형체를 지니고 있을 뿐이고, 우리가 정신이라고 일컫는 뉴런의 신경활동도 그 전자들의 전기적 흐름에 의한 어떤 필연적 프로세스가 작용하고 있는 거지.

 

따지고 보면 우린 나비 뿐만 아니라, 모래알과도 같은 거지단지 현실적인 모습이 모래들과 상이하게 다를 뿐우리가 우리만의 존재성을 인식하는 것(일종의 자아인식) 역시, 이러한 특수한 형체에서 비롯되는 하나의 반응일 뿐, 진짜로 다른 어떤 절대적 존재성이 있거나 우리가 진정 만물의 영장이라서 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뭔가는 아니란 거지비록 이 논리가 인간적 존엄성과 우리의 각자의 고유한 존재성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썬 듣기 언짢겠지만역으로 그만큼 우리가 대자연의 앞에 상당히 거만한 자세로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끔 할 수도 있다고 봐돌과 물과 나비가 다 나와 같은 동등한 존재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그것들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는 거니까~ 쪼개고 쪼개서 살펴보면, 정작 자기들도 그런 요소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면서 말야.

 

우리는 의식이라는 걸 인간만의 절대적 고유한 존재성의 근거로 삼는 착각을 하곤 하는데, 의식은 단지 우리가 가진 여러 특성 중의 다른 개체와 구별되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야. 이것 역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어떤 요소들의 특수한 결합에 의한 것일 뿐이지~ 대신 우린 새처럼 날수도 없고, 치타처럼 빨리 달리 수도 없잖아? “이성이란 게, “하늘을 나는 것보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더 우월하고 심오한 것이라고 볼 순 없지

 

이렇게 우주 만물이 다 하나의 유기적 공동체라는 인식은 여러 가지를 달리 보게 하는 거 같아.

지구도 우리처럼 살아 있다는 생각해봤어? 아니면 지구는 그냥 돌덩어리 행성에 불과한 거라고 생각해?

1978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란 걸 내세웠었지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 즉 스스로 조절되는 하나의 생명체로 소개한 이론인데,

나는 그 이론을 바탕으로 더 거시적으로 확대했을 때,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 안의 다른 모든 구성체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봐.

 

결론적으로 우리 인류는 그런 수많은 요소들의 지금까지의 우주적인 룰에 따른 연쇄적인 과정을 통해 인간이라는 한시적 형태로 잠시 결합되어 이성이라는 특이한 반응(전기적 반응)을 하고 있을 뿐우리가 절대적으로 고유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라는 거지. 우리만의 뭔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우리가 죽어 썩어 문드러지면, 다시 흙이 되고 물이 되어 다시 돌고 또 돌게 되지… 이는 종교적인 해석에서도 다뤄지는 것같다. 특히 불교에선 이를 '윤회사상'이라고 하지.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구성요소들은 다시 인간이라는 형태로 재구성될 수도 있고, 뿔뿔이 흩어져 나무나 새의 일부가 될 수도 있는 거지

 

너가 잘 땐그냥 뉴런의 신경들이 잠자는 반응을 할 뿐이고..

'너'란 존재에 대한 자각의식 자체도 단지 이성이 하는 반응 중 하나일 뿐이야.

 

물론 이러한 해석은 우주적 관점에서의 절대적 존재성을 말하는 거고

미시세계라고할 만한 지구 내의 인류나 더 좁은 범주인 인간사회 내에서는

너의 이성과 육체가 그 제한된 범위 안에서 너를 분별하게 하는 것들일 수 있겠지

그게 현실적인 이야기인 거지.

 

그래서 범주에 따라서 얘기가 달라지고,

미시적 범주에선 네가 가진 한시적 이성적 유체적 특성이 네 고유성을 대변하지만,

거시적 범주에선 너의 존재성이란 따로 없다는 거지...

 

어떻게 생각해?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