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2009.06.09 18:27

언제부턴가... 싫어졌다.

(*.64.199.3) 조회 수 47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언제부턴가 난...
이별 노래가 듣기 싫어졌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듣기 싫어졌다.
한 숨 쉬며, 늘어놓는 패자의 핑계가 듣기 싫어졌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며, 터져 나오는 비웃음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다른 이의 생각을 가차 없이 무시하며, 화살처럼 쏘아대는 비난이 듣기 싫어졌다.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 두려움... 고통... 그런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오는 모든 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얼룩지게 하는ㅡ 그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아졌다.
언제부터인지...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듣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다.
그런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면,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으면,
난... 그냥... 말없이... 그 자리를 뜬다.
얼마든지 그 소리들을 존중해줄 순 있지만, 결코 곧이곧대로 다 들어줄 순 없다.
싫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ㅡ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난 떠난다. 멀찌감치 그곳으로부터 벗어난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픈 미련조차 없다. 전혀~! 싫어하는 것에 내 소중한 에너지를 쓰는 게 아깝다.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데 내 인생을 쓰고 싶다.
언제부턴가 난 그렇게...
남을 바꾸려하기 보단,
남을 설득하려하기 보단,
나 자신을 바꾸거나...
내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요즘 사회가 좀 어수선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참 경이로운(?) 경이롭다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어쨌든, 그 어수선함에 경종을 울릴만한 광경을 보았다.
다름 아닌ㅡ '비둘기'였다.
이런 와중에 비둘기는... 태연하게 집을 짓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어다 차곡차곡 쌓으며...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웃겼다. 사뭇 인간과 대조되는 그 순수함이 정말 웃겼다. 물론 그 웃음은 비둘기를 향했던 것이 아니라, 내일을 걱정하며 벌벌 떨고 있는 이들을 향한 것이었다.
왠지 그 '비둘기'가...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게 아주 오래전 추억...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2006년 어느 따스한 봄날에 있었던 "재환이와의 철학적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날 재환이와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가볍게 하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웠다. 우리의 대화는 '신의 존재의 유무'를 놓고 시작되었다.
한참 신나게 떠들어 대다 문득ㅡ '도대체 왜 우리가 이걸 고민하고 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우리 꼴이 참 우습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런 물음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게 진정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이성 때문인가? 과연 이성이 인간을 더 가치 있게 하는 근거로 정당한가?' 하는 대단한(?) 물음들이 튀어나왔다.
거기에 신의 존재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 나오는 '선악과'가 인간이 지닌 '이성'을 의미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이성'이란 특성을 갖게 되고... 그 때문에 수치심을 비롯한 모든 이성적 분별이 생겼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이 곧 "'진리'를 찾는 것"이며, 인류의 모든 고통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논리대로라면 역발상에 따라ㅡ 진리를 논함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이성'이 '언어'에 의해 구속되어있음을 인정해야했다.
진리는 결코 언어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진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음악이나 그림을 직접 듣거나 보지 않고서, 결코 언어적 표현만으로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우리의 이성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형이상학적 해석을 얼마든지 해볼 순 있었지만, 그래봤자 언어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거 밖에 안 될게 뻔했다.
이성에 기반을 둔 진리의 해석과 정의에 한계가 있고, 결국 본질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라면ㅡ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대화를 거기서 멈춰야만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불현 듯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순진무구한 '고양이의 눈'이었다.
고양이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어떻게 그렇게 평화로운 눈빛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왜 이런 이성적 발상이 필요하지 않는 걸까?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걸까?
물론 고양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우리는 그들의 지능지수를 근거로, 그들이 결코 이정도의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대화를 이어갔다.
어차피 우리가 가진 언어로 진리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알아보려는 시도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었고...
그렇게 수박 겉만 보고 핥으면서, 수박의 맛을 논하려는 바보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우린ㅡ 참 어리석은 것이었다.
그에 반해 그걸 알든 모르든, 그런 노력을 안 하는 동물들이 지극히 우리보다 우등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은 고통을 수반하는 '이성'이라는 특성 보다, 생존본능에 더 충실한 자기진화를 거듭해온 것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결코 인간을 필요로 해서 우리에게 먼저 자의적으로 의존하지 않지만, 우리는 때때로 정서적 필요에 의해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는가?
그럼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정신적 생존력은 그들보다 낮은 것일 수도 있었다. 우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고양이가 우리보다 훨씬 낫다'며 '그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그날의 대화를 끝맺었었다.

이 어지러운 사회분위기 속에 아랑곳 하지 않는, 그 비둘기의 태평함을 보며... 그날의 대화가 다시금 떠올랐던 것이다.
살아있는 그 순간에 충실하고... 본능과 본질의 순수함에 훨씬 더 가까운ㅡ 그들의 눈빛과 몸짓... 그게 바로 진짜 살아있음이 아닐까?
내일을 두려워하며...
앞날을 걱정하며...
머뭇거리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그에 비하면 죽어있는 게 아닐까?

눈을 뜨자~! 가슴을 열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살자! 크게 한번 웃어보자!!! ^^
살아있음이란,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것ㅡ
오롯이 현재에 존재함이 아닐까?

내일을 기대하지도, 동시에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어디로부터 왜 왔는지 모르는 것처럼... 언제 왜 다시 돌아갈지 모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
빈손으로 왔다가, 다시 빈손으로 되돌아갈 것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ㅡ
진정한 의미에서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
세상의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마음껏 즐기는 것...!
그러니까ㅡ 한마디로 Carpe Diem 하는 것!!!
그게 진짜 살아있는 게 아닐까?

왜?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거 아니냐고? 남을 생각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음... 우리 각자가 진정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면,
다른 모든 건 자연히 조화를 이루지 않겠는가?
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면ㅡ 하루 역시 잘 보낼 수 있을 것이고,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면ㅡ 인생 또한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고작 자기 삶 하나 제대로 못 가누면서, 어찌 남을 생각하라는 경솔함을 요구하는가...?
친절한 금자씨가 그러셨다.
"너나 잘하세요!" 라고... 

그렇다. 각자가 잘하면 되는 거다!
남을 보려하지 말고, 자기자신을 먼저 살피자!
남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자기자신을 먼저 알자!

?

  1. No Image notice

    호건이가 그렇게 말했었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꿈이 있는 사람이고, 내가 아끼는 사람은 그 꿈을 향해가는 사람이고,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끝끝내 그 꿈을 이룬 사람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닮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나는 뜨거운 태양이고 꿈은 작은 씨앗이다. 꿈은 저절로 크지도 스...
    Date2003.02.05 CategoryMy Dear Views602923
    read more
  2. No Image

    남을 배려함이란...?

    이제 좀 안정을 찾고, 주변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차츰 계획과 아이디어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군복무 중 틈틈히 상념들과 아이디어를 정리했던 다이어리를 뒤적이다. 09년 2월 6일자 메모가 눈에 띄었다. 아마 운행갔다가 잠깐 짬이 난 사이에 급...
    Date2009.07.20 CategoryInterpersonal Views4129
    Read More
  3. No Image

    셔가, 나... 감동...!

    나 지금... 감동한 거... 알아...? 야... 이거... 후... 어쩌지 이제 너에게 진 빚... 그리고 앞으로 지게 될 빚... 어쩌지... 이렇게까지 도와줄 거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 했는데... 민석아 정말 고맙다. 진심으로... 부디 네 학업에 전혀 조금도 지장이 없는 선에서 도...
    Date2009.07.14 CategoryFriends Views4452
    Read More
  4. No Image

    나는 나비인가 나방인가...?

    나비와 나방에 대한 이미지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나비 축제는 있어도 나방 축제는 없다. 나 역시 나방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왠지 지저분하고, 괴상하고, 징그럽고... 자연스레 더러움이 연상된다. 반면에 나비는... 아름답고, 우아하다. 하늘하늘 자유...
    Date2009.06.28 CategoryEgo Views4712
    Read More
  5. No Image

    Dear, My Sister...

    우리 은정이~ 요새 많이 힘든가 보구나...? 오빠가 전화 자주 안 해서 서운했니...?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너의 지친 목소리... 세상에 대한ㅡ 가족에 대한ㅡ 더욱이 네 자신에 대한ㅡ 지나치게 염세적인 한마디 한마디... 오빠도 덩달아 힘이 다 빠지더구나... 네게 ...
    Date2009.06.09 CategorySister Views5365
    Read More
  6. No Image

    언제부턴가... 싫어졌다.

    언제부턴가 난... 이별 노래가 듣기 싫어졌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듣기 싫어졌다. 한 숨 쉬며, 늘어놓는 패자의 핑계가 듣기 싫어졌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며, 터져 나오는 비웃음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다른 이의 생각을 가차 없이 무시하며, 화살처럼 쏘아대는 비난...
    Date2009.06.09 CategoryLife Views4759
    Read More
  7. No Image

    백회장, 내가 뒤늦게... 깨달았네~!

    일전에 자네가 내게 했던 말... "그러니까 서호건! 지금 네가 그러는 게 시간낭비라고 생각해? 그건 아니잖아? 그럼 된 거야~ 괜찮아!" 난 그때ㅡ 자네 말에 동의했고, 덕분에 심적부담을 많이 덜었었지... 하지만 진심으로 이해했던 건 아니었나보네... 오늘 어떤 글을 ...
    Date2009.05.29 CategoryFriends Views4915
    Read More
  8. 백회장과 국밥은...?

    친애하는 백회장에게... 백회장... 오늘 자네 생각이 많이 나서 이렇게 펜을 들었네... 뭐~ 저번 통화 건으로 미안해서 이러는 건 아니고~ (그건 이미 사과했잖아~! 이좌식아!!!) 그냥 순수하게... 자네랑 술잔을 기울이고픈 마음에 그냥... 쓴다... 이렇게ㅡ 잠시... 내...
    Date2009.05.16 CategoryFriends Views5037
    Read More
  9. No Image

    난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음... 많은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역시나 삶에 대한 논거는 지혜라는 이름의 단순한 결론이 아니라 끝없는 질문을 낳는 또 다른 물음의 시작인가보다. 삶에 대한 능동성과 신중함 그리고 적극성과 절제력 이상과 현실 큰 줄기의 줄타기도 힘겹지만은, 그 ...
    Date2009.02.07 CategoryEgo Views4658
    Read More
  10. No Image

    여러가지로... 생각할게 많다.

    우연히 인트라넷을 둘러보다가... 로봇 관련 자료들을 한뭉태기 읽었다. 정말... 난 로봇을 해야만 하나보다. 군대 있는 동안에... 무슨 글이나 영상을 보면서 소름이 돋는 일은 없었는데... 카이스트에서 만든 휴보에 대한 이력과, 향후 2020년까지의 세계 각국의 로봇 ...
    Date2009.01.18 CategoryStudy Views4002
    Read More
  11. No Image

    무엇이 날 살게 만드는가...?

    훔...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정말 이 세상의 모든 유리를 깨버릴 듯한 침묵이 내 마음 속을 휘젓고 있다... 정말... 말로 표현 못하는... 내가 지난 6개월 정도 생각해온... 물론 그 전에도 그런 사고와 관찰은 있어왔지만, 체계가 없었고, 정리를 안했고, 지나쳐버...
    Date2007.05.15 CategoryLife Views4027
    Read More
  12. No Image

    인간 vs. 인간 4편

    내가 생각하는 노골적인 '인간의 이기심'이 맞는다면, 그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행하는 행동들이 모두 '가식'이고 '위선'이 되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알고 '진심'을 행하고 싶다. 만약 정말 인간이 자신의 '효용'과 '가치차이'라는 무의식적인 잣대로 인간관계형성...
    Date2007.03.20 CategoryHuman Views4517
    Read More
  13. No Image

    인간 vs. 인간 3편 (2차 수정)

    인간 vs. 인간 3편 ‘친구’라는 관계를 좀 더 원초적으로 생각해보자. 원시이후엔 타 혈육 간의 밀접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혈육처럼 신뢰할 수 있고 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원했을 법하고... 우린 대개 그런 관계를 ‘친구’라고 칭한다. 왜 '친구'라는 개념이 필요했...
    Date2007.03.20 CategoryHuman Views353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