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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라라랜드를 볼 생각이었는데, 동생을 비롯한 여러 지인들의 열렬한 추천에 힘입어...

신카이 마코토 (Makoto Shinkai, 新海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을 보았다.


아주 짧게 한 단어로 이 작품에 대해 말하자면, "짬뽕".

너무 심심한가? 명사 하나 덧붙이자면, "실타래 짬뽕".

참고로 나는 짬뽕을 좋아한다ㅋㅋㅋ


왜 짬뽕인지에 대한 내 생각을 얘기하기에 앞서, 사실 나는 이 작품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그 중에 먼저 꺼내보고 싶은 질문은 제목에 관한 것이다.


자세히 보면, 제목에 마침표(.)가 들어가 있다. 일본어 원제도 그렇다. <君の名は。>

흠... 제목을 대충 지었을 리가 없다. 왜, 마침표를 찍어두었을까?

점이 세 개(...)였다면, 그 의도가 비교적 쉽게 납득이 될 법도 싶은데... (이런 타이밍에 요런 뉘앙스로 쓰이니까ㅎㅎ)

물음표(?)를 썼으면 웃기기라도 했을텐데...


<너의 이름은.> 이름은 하고는 단호박처럼 마침표(.) 딱.

마침표는 문장의 끝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러면서 동시에, 또 새로이 이어지는 문장의 시작을 나타낸다.

그런 건가... 그런 느낌인 건가...?


--- 여기서부터의 내용은 영화감상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이 작품에서는 시공간이 두 개 존재한다.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3년 전과 후.

그리고 주인공 두 명이 각각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면서,

때때로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의 몸이 바뀌어 서로 상대방의 시공간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그러한 일종의 빙의 현상이 마치 꿈처럼 느껴져 그 경험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여도 뭐... 결국 감독은 기억을 억지로 그냥 막 지워버린다ㅋㅋㅋ

그래서 서로의 뭔가를... 그... 뭔가 거시기한 것을 느끼지만,

그 존재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하염없이 "넌 누구냐!?"고 부르고 또 부른다.


제목에 있는 점(.)이 바로 그 벽을 상징하는 거란 생각이 든다.

그들의 시공간이 결코 이어질 수 없는, 분명하게 서로 다른 것임을 암시하는 거 같다.

그래서 결코 서로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을 함축하는 표식처럼 느껴진다.

그 점(.)이 곧 내 안의 시공간의 끝 그리고 뒤이은 상대방의 시공간의 시작.


일단 이렇게... 제목부터가 다소... 편안하지 않다.


자 그러면, 이제 왜 짬뽕인지~ 어떤 야채와 해물이 들어갔는지 얘기해보자~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의 주요 요소들이 자꾸 연상이 되더란 거다.

내가 지금부터 언급하고자 하는 작품들의 포스터들을 쭉 나열해보고자 한다.

혹여 작품을 이미 보신 분들이라면, 포스터만 봐도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웃었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The Family Man.jpg beauty inside.jpg change.jpg Secret.jpg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jpg magic hour.jpg hedwig and the angry inch.jpg Armageddon.jpg


패밀리맨, 뷰티인사이드, 체인지, 말할 수 없는 비밀, 시간을 달리는 소녀, 매직아워, 헤드윅, 아마겟돈...

각각의 작품이 어떤 점에서 왜 관련이 있는지 까지 서술하고 싶지만...

닮은 그 요소들이 각 개별 작품의 핵심 코드이고 포인트라서, 그걸 하나하나 언급하면...

위 8개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어버릴 거 같아 차마 일일이 꼬집어 이유를 대진 못하겠다.


다만, 위 작품들을 보았다면 내가 느꼈던 재미를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되고,

만약 위 작품들을 추후에라도 보게 된다면... 분명 <너의 이름은.> 만큼이나 재미있게 볼 거라고 생각한다. 추천한다 :-)


참고로 위 작품들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여러 번 다시 본 영화들이라서...

그래서 비슷하거나 닮은 모습이 내 눈에 보다 쉽게 띄였을 수도 있다.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예컨대, 내가 아끼는 수제 뭐시기...

음... 30년 경력의 장인이 만든 핸드메이드 가방이 있다고 치자...

너무 개성적이고 예뻐서 사서 잘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기업이 그 비슷한 모양의 가방을 신상이랍시고 내보였을 때...

뭐 그런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ㅋㅋㅋ

내가 물건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데, 이런 예술작품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나 보다ㅎㅎ

여튼 덕분에 나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고맙다.


이번 작품에서의 감성코드. 특히, 이성 간의 사랑에 대한 분위기나 연출에 있어서

내가 재밌어하는 유치함과 수줍음, 도발, 솔직함, 순애보 등의 감정이 버부려진 것도 인상적이긴 했는데...

다소 가볍다...? 경박스럽다ㅋㅋㅋ 약간 촐랑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래저래 좀 알아보니, 본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초기 작품에는 사실주의적 연출과 진지함이 많이 녹아들어서 대중성은 적고 대신 마니아적 색체가 뚜렷해었는데,

<초속 5센티미터>를 기점으로  대중적이고 상품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방향을 선회했다고 하고,

<언어의 정원>에서 그 면모가 제대로 발현되진 않았다가 이번 <너의 이름은.>을 통해 변신의 방점을 찍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으신 분께서 대중성이 없다는 것은... 다소 앞뒤가 안 맞다ㅋㅋㅋ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고 야하고 찐하고 강하고 쎄고 또 깊다.

그러나 굉장히 대중이적이다ㅋㅋㅋ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서는 전개과정의 호흡조절과 완급조절이

읽는 이로 하여 스스로 작품과 밀당을 하게 만드는 무서운 마력이 있어서 그런 거 같다.


한편, 이번 작품의 성공 요인으로 유머코드가 언급되던데... 나는... 좀... 음... 그런가...? 대중이 좋아하는 유머코드는 그런 건가?

d602c0fe.gif                     taki.jpg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몸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자기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인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몸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자기 꼬추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또 웃음의 포인트인가?

여자 선배의 치마에 찢어져 있는 걸 보고, 남자 후배가 그 선배 손목을 잡고서 방으로 데려가

대뜸 치마를 벗어달라고 얘기하고는 팬티 차림의 그녀 앞에서 그가 바느질을 하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인가?

우리 대중들은... 그런 것을 재밌어라 하는가?ㅋㅋㅋ 여러분... 그런 가요^^?


아 물론 그 상황만 떼어놓고 보면 웃기다. 나는 지금 그 자체가 웃기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유머코드를 재밌어라 하는 사람이고, 굉장히 좋아한다. 다만 아쉽다는 거다.

작품의 본래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관객에게 웃음 포인트를 억지로 콕콕 찍어줬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필요한 장면과 연출이 아닌데 억지스런 행동을 취하면, 복선이 얕은 탓에 폭소가 아니라 실소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비슷한 코믹연출은 <American Pie>와 <팬티 속의 개미>에서도 나오고,

뭐 여러 영화에서 에로틱한 코믹은 연출이 된다. 그런데 진짜 웃긴 장면들은 충분한 복선이 깔리고, 그런 사건이 벌어진다.

예컨대, <뷰티 인사이드>에서 매일 몸이 바뀌는 사람이 어느 날 겁나 이쁜 여자의 몸으로 하루를 보내는데,

저녁에 남자 불알친구를 만나서 술을 한 잔 한다. 그러다 그 불알 친구가... 지긋이 묻는다.

"우린 친구지? 한 번만 주라~ 이렇게 예쁜 여자랑은 내가 자본 적이 없다."며 빵 터지는 멘트를 날린다.

안 웃을 수가 없다ㅋㅋㅋ 지극히 친구의 심리가 적절하고, 주인공의 반응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어쩌면 이런 유머코드가 다소 아날로그적이라서... 요즘엔 덜 대중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 내가 옛날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가...? 이렇게 아재가 되어가는 것인가...?ㅋㅋㅋ


bicycle.jpg


불필요한 노출로 느껴졌던 것이 하나 더 있다. 다른 것들은 다 그러려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건 정말 감독에게 묻고 싶다.

영화 후반부에 여자 주인공 미츠하가 친구인 텟시에게서 자전거를 뺏어 타고 쿠치카미자케가 있는 곳을 향해 산길을 달린다.

뒷모습을 아래서 위로 잡는데, 치마 아래로 팬티가 자꾸 보였다 말았다 한다. 음... 왜 그런 연출이 필요했을까?

이 진지한 순간에 왜... 굳이... 감정의 몰입을 오히려 방해할 수도 있는 연출을 했던 것인가? 나로써는 잘 모르겠다.

불필요한 노출이었다고 본다. 물론 나는 그래 팬티를 보게 되는 것이... 좋으다. 그래 좋은데....

그런 장면은 굳이 이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을 통해 봐도 될 거 같다. 굳이 왜... 그 긴박한 순간에 보이게 했을까?

이것도 나로써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뭐 일본에서는 그런 장면이 너무 일상적이라서 아무렇지 않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주인공이 자전거 타며 달리는 장면은 여러 번 나온다. 팬티가 보였나? 잘 모르겠다.

뭐 그랬을 수도 있는데, 작품에 감정이입이나 몰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상황들이어서 기억조차 안 나는 것일지 모른다.


아쉬운 면들은 이쯤에서 뒤로 하고, 인상 깊었던 장면에 대해 얘기해보자.

영화 중반에 할머니와 미츠하가 나누는 꿈에 관한 대화가 인상 깊었다.

"사라져..."

"소중히 하거라. 꿈은 잠에서 깨면 언젠가 사라지니까."

언젠가 사라진다. 그러니까 소중히 하라.

내가 며칠 전에 쓴 시 <기억 나는 것은 ( http://hogeony.com/124796 )>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과 비슷했다.

어떠한 추억도 인연도 잊혀진다. 그래서 소중히 하지 않으면, 결국 다 사라진다.

나 역시 그 시를 통해 그런 점을 말하고 싶었었다. 우리가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 순간 이 순간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훗날 아무리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할 수 없고...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그 시절의 나란 존재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

그런 생각이 닮은 거 같아서 반가웠다.


그리고 영화 후반에 타키와 미츠하가 결국 시공간을 초월하여 잠시 만난다ㅋㅋㅋ

여기서 또 영화 <ET>와 <스타게이트>에서 나올 법한 손가락 서로 끝 닿기가 연출되는데ㅋㅋㅋ

여튼 그건 각설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아주 감동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은

타키가 3년 동안 오른 손목에 매고 있었던 빨간 리본끈을 건내며 "이젠 미츠하가 가지고 있어줘"라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your_name__kimi_no_na_wa__by_akmarmohamed-dahi7zk.jpg 


이 장면에 담긴 실과 인연에 대한 메타포 그리고 먼 미래의 재회에 대한 약속이...

내가 2006년 대학 새내기였을 때 쓴 시 <멀어지고 또 멀어졌지만... ( http://hogeony.com/2642 )>에 담겨 있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내가 접한 수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실과 인연을 직접적으로 비유한 작품을 못 봤던 거 같다.

물론 여기저기 어딘가에 많이 있긴 하겠지만, 내가 실제로 접한 것은 이번 <너의 이름은.>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론 그런 비유와 연출이 굉장히 반가웠고 또 신기했다. 


miss.jpg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내가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유독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과 비슷한 면도 것도 많았고,

내가 생각했던 비유들이 등장했던 점은 너무나 좋았는데,

그래서 충분히 대중성 높고 유쾌한 영화임은 알겠는데...

조금 더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yournamekabekin-400x270-MM-100.jpg


드림팀 콜라보로 작품 하나 만들어주시면 안되나?

스토리의 호흡과 깊이는 무라카미 하루키

상상력과 해학의 연출은 미야자키 하야오

빛을 잘 담아내는 그림체는 신카이 마코토

발랄한 경쾌함을 담은 음악은 히사이시 조

어떻게... 한 편 부탁드리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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