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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7 16:42

배경에서 엑스트라로...

(*.156.40.217) 조회 수 4706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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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에서 엑스트라로...
  나의 15번째 생일 날. 나는 유유진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었다.
  "선생님, 제가 죽고 나면 말이에요. 정말 하던 일을 박차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달려올 사람이 누구이고 몇이나 될지 참 궁금해요. 죽은 이를 안타까워함은 그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고, 곧 그의 결핍이 자신의 삶 한 부분의 상실일 경우에 슬퍼하고 달려오겠죠. 우리는 서로에게 배경일 뿐이지만... 어떤 이들은 나를 배경으로만 생각지 않고, 엑스트라, 조연, 혹은 자신의 삶의 주연으로 여겨줄지 모르죠. 이왕이면 많은 이들의 삶에 한 부분이 되어, 제가 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죽어서는 안 될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배경일 뿐이다.’라는 표현은 한번쯤 들어봄직하다. 그런 것 같다. 일생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장소를 지나치며 살아가지만, 내가 주목하지 않는 그 모든 스침은 스크린 속의 배경과 다를 바 없다.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배경이다. 단지 그 장소와 만남이 있는, 그 찰나에만 볼 수 있는 배경들이다. 같은 교실에서 1년을 살고, 같은 반으로 3년을 지내게 되어도 관심을 갖지 않고 가까지 하지 않으면, 어디까지나 서로에게 배경일 뿐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나의 벗들이, 단지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니며 스쳐 가는 평범한 행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이보다 애석한 일이 또 있겠는가?
  과연 우리는 서로에게 배경이기만을 바랄까? 나는 15번째 생일날부터 그러길 원치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들의 삶의 한 부분이고 싶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는 한 명의 주인공이 홀로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쯤은 안다. 또 다른 주인공 혹은 조연과 엑스트라도 없이 단지, 스스로에게 의미 없는 배경을 배회하는 것이 영화의 한 장면이 될 수는 있을지라도, 영화 자체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아무런 인간 관계없이 홀로 세상을 묵묵히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와 깊은 인연을 갖고 그들을 자신의 또 다른 주연, 혹은 엑스트라로 만들어 삶을 이끌어 가게 된다. 우리 스스로는 알게 모르게 남들에게 주연, 조연, 엑스트라와 같은 인물이 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단 한 명 다른 사람의 삶에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이도 있고, 어떤 사람은 수많은 사람의 삶에 엑스트라가 되고 싶은 이도 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자신의 주관에 바탕을 두고 있는 나름의 개성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사회에 무한 경쟁의 색채가 두드러지게 되면서, 우리들은 삶의 엑스트라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여유조차 잃어가고 있다. ‘내신전쟁’, ‘수능전쟁’ 등의 수많은 경쟁의 난제에 놓고, 자신의 삶의 궁극적인 각본을 짜고 머리를 굴리다보면, 남이 올라가는 것은 곧 자신의 하락이 되어버리는 경쟁의 논리에 익숙해진다. 결국 서로에 대한 긴장으로 우정이라는 것도 얇아지고, 순수하게 다져왔던 인간관계도 계산적으로 따지게 된다. 그나마 엑스트라로 여겼던 벗들까지도 단순 배경으로 내 쫓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경쟁게임에 이익이 될 것 같은 친구들만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관계를 다져가게 된다. 그렇게 획일적인 관계를 지닌 인생영화들이 주변에서 수도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들이 삶을 개척해나갈 각본을 짜다보니 그와 같은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벗을 벗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진보를 위해 이용하려는 도구로 올라타려는 라이벌로만 바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이러한 인간관계와 의식을 지닌 체 사회의 지도자가 된다면, 과연 그들은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어떻게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달려온 그들이 한없이 아래에 있는 Loser들을 어떻게 Winner가 될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함께 뒹굴어 보지 않고, 속살을 만져보지 않고서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에게 힘이 될 약을 지어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갈수록 엘리트지상주의 물질만능주위가 팽배해지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 되가는 상황 속에서 서민들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치며 애쓰지만, 자꾸만 높아지는 벽은 그들도 어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동아줄을 주는 것은 사회 지도자층이 해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제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청소년들이 배우고 써 가는 각본엔 이런 내용까지 담아둘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계속 앞을 향해 달려야하는 내용뿐이다. 결코 우리 사회가 외면해서는 안 될 일임에도 이러다가는 안 될 일임인지도 모르게 될 것 같아 걱정된다.
  두루 많은 사람들을 우리의 삶의 주인공을 만들어보고, 조연으로 엑스트라로 캐스팅해 본다면, 좀 더 그들을 대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서로간의 이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삶에 끼여들어 함께 부대껴보는 것이 자신의 포용력을 넓히고 사회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데 큰 바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라는 낯 설은 곳을 향해 코앞에 두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19년의 동안 살아온 것보다, 더 많은 배경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단지 승리를 위한 각본만 가지고 있다면, 단지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수많은 배경들이... 깊은 바닥까지 훑어보고 승리를 얻어내려는 각본을 지닌 이들에겐 한없이 소중한 캐릭터와 소품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 광고인들이, 나의 벗들이 그러한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훗날 진정한 대한민국의 주인들이 되었을 때, 밑바닥까지 아우를 수 있는 드넓은 가슴을 가진 멋진 남자가 되길 바란다.




***** 서호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8-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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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호건 2005.08.07 16:42 (*.130.182.1)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교지에 올려 보려고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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