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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귀와 마음을 맑게 헹구고 왔다.

어린 아이부터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일반인들로 이뤄진 KOAMA가  주최한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를 감상했다.

KakaoTalk_20150328_212005644.jpg


좋은 오케스트라가 지닌 좋은 특징들로부터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잘 사는 법 좋게 사는 법에 관해 배우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 자체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평소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챙겨 듣는 건 또 아니다.
사실 공부하거나 일할 때는 오케스트라처럼 화려하고 웅장하면 오히려 집중이 잘 안 된다.
더욱이 그런 음악을 해드폰으로 들으면 별 감흥이 와닿지 않았던 편이다.
아무래도 오케스트라는 귀로만 듣는 음악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작업할 땐 주로 뉴에이지 풍의 피아노나 어쿠어스틱 기타, 첼로나 바이올린 독주를 듣는 편이다.

이번엔 비록 아마추어 생활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악단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오케스트라라는 것 자체가 내게 곧 가르침이었다.

본 공연의 시작에 앞서,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께서 에스코트를 받으시며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셨다.
악보도 보지 못하고, 서로를 보지도 못하는 분들께서 연주를 함께 하셨다.
함께...
보지 않아도...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가.
과연 무엇이 그걸 가능케 했을까?

나는 세심한 배려와 두터운 믿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서로가 온몸으로 소리와 박자를 하나하나를 서로에게 맞춰주고자 노력하지 않고는
결코 그 안에서 하모니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 본다.
믿어야 가능하지. 서로 주고 받는 그 미세한 신호들이 서로에게 잘 전달 되고 있음을...
나의 작은 외침이 상대방의 귓가에 분명히 생생히 닿고 그가 그걸 이해해주고 있음을...

그보다 더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악단 앞쪽에 자리잡은 화려한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들이 아닌
저 맨 뒤에 있는 잠깐잠깐 보이는 북치는 이의 손길이었다.

그의 연주는 전체 음악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굉장히 작은 부분에 해당하고
더욱이 그렇게 북 치던 사람이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을 중간중간 들었다놨다 했다.
저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지만, 결코 메인은 아니고...
거긴 돋보이기는 커녕 남자가 있었는지 여자가 있었는지도 모를 그런 자리다.

그러나 그 북소리 없인 결코 시작이 장대할 수 없는 행진곡
트라이앵글의 차가운 바람이 없이는 감히 풀어헤칠 수 없는 그 꽉막힌 압도감
그걸 위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의 늠름함
나는 그 모습에 감동했다

우리는 늘 눈 앞에 화려함에 쉽게 사로잡히곤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 자리를 탐내고 또 추종한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오케스트라의 일부일 뿐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 북처럼 그저 또 다른 악기란 말이다.
바이올린이 없으면 안 되듯, 북 역시 없으면 안 된다.
그 곡이 결코 온전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 세상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린 가끔 맹목적으로 조명이 가장 밝은 자리를 쫓지만,
그게 결코 최고의 자리는 아니다.
그 자리만큼이나 그 뒤에 가려 그림자 진 자리 역시 너무나도 소중하고 필요하다.

우린 그런 시선으로 우리의 뒤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조화와 구도를 위해 보기 좋으라고 뒤에 놓은 것이지
결코 덜 중요하고 덜 필요하고 덜 가치가 있어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검은색 보다 흰색이 더 우월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쏘냐~?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건 우리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그 역할을 해냄으로써
우린 각자 자신이 손에 쥐어진 악기로
세상이란 무대 위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오케스트라를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누구든 뭘 하든
우리 모두는 결국 '삶'이란 곡을 연주하기 위해 그렇게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우리 전체를 좌절과 슬픔으로 귀결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길에 버려진 수많은 휴지조각을 줍는
그러한 소소하게 여겨지는 일들을 하시는 분들 역시
우리 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 거다.
그분들이 안 계시면 그건 대신 우리가 해야할 일이며,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레기장에 스스로를 가두게 될 것이다.

그러니 작은 것도
가려진 것도
결국은 큰 것만큼이나
잘 보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여기에
더와 덜은 없다.
그저 중요하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하모니... 아름답다.
아름다운 거 치고 결코 쉽고 만만한 게 없더라.
어렵지만, 분명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래서 또 해볼만 한 거 아니겠는가?

이 큰 세상,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그 무슨 재민교?
이왕 동시대에 사는데, 우리 좀 다 같이 웃으며 삽시다.
어차피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가고나면 그만인 것을...
무엇이 그리 대단하여 우쭐하고,
무엇이 그리 부족하여 슬퍼하나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지~ 살다보면^^

앵콜 곡이 2곡 있었다.
하나는 '그리운 금강산', 다른 하나는 '만남'이었다.

만남... 오랜만에 들었는데, 가사가 참 좋더라.

이 좋은 걸 좋은 사람과 같이 들었으면 오죽 좋았을까^^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돌아보지 말아
후회하지 말아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돌아보지 말아
후회하지 말아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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