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8 01:16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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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김경열.jpg오늘 점심에 기숙사에서 나오려는데,

창밖으로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이어 애엄마가 다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음...

왜 울까...

나는 아이가 왜 우는지가 문득... 그냥 문득... 궁금했다.

이유가 있겠지... 아이가 우는데... 이유가 있을텐데...

그러면서 머릿 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갔다.


사람들은... 정말...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걸까?

눈 앞에 아이가 우는데... 왜 우는지는 정말 뻔할걸까?

어제도 울고 그제도 울었으니...

오늘도 그런 이유에서 울거라고 생각하는 건 그야말로 참 쉬운 생각인 것만 같다.

애엄마도 아이가 우는데 같이 앉아서 왜 우는지 묻질 않는데,

세상이 물어줄까? 너 왜 우니? 뭐가 그렇게 서럽니? 물어줄까?


아니...

아니...

엄마도 밉지만,

세상은 잔인하다.


엄마는 그저 어서 가자지만,

세상은 널 울보라고 놀린다.


문득...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거라면... 어떨까 생각을 이어가보았다.

아이가 장난감을 원한다. 왜? 정말 장난감이 좋아서? 음...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다소 터무니 없는 가정을 세우고 생각을 이어가보았다.

가정: 그 아이는 그 장난감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왜 아이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을까?


나는 나의 상념을 무책임한 결론에 다다르게 하고자 또 다른 가정을 끌어온다.

가정2: 그 아이 주변 친구들은 뭔가를 가지고 놀고 있다.


자 이제 터무니 없는 가정들을 바탕으로 무모한 논증을 거쳐 무책임한 결론을 이끌어내보자.


아이는 자기 주변에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맨날 웃는다. 걔네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이는 하나도 즐거운 게 없는데...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애들이 뭔가 나름의 장난감들을 가지고 있다.

남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려 싸움질을 대신할 로봇들도 있고,

여자애들은 예쁜 머리색을 가진 인형에 악세사리를 채우며 서로의 인형을 칭찬하기 바쁘다.


지금 우는 이 아이는... 없다.

같이 어울릴 장난감이 없다. 그래서 억울하다. 서럽다.

나만 못 웃고 사는거 같다. 앞뒤 계산이 없다.

그냥 그 아이는 저기에 낄 수 없다는 것만 스스로 안다.

왜 스스로가 부끄러운지도, 부끄러워해야하는 게 맞는건지 아닌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꼭 장난감 때문은 아닐 거 같다.

그 아이가 느끼는 허전함을 그들과 어울리지 못함이 아니라,

자기도 웃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만약 그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데 큰 재미를 느낀다면,

애당초 장난감이든 친구들이든 부럽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데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며 웃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놓친 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무엇에서 즐거움을 느낄지를 고민하지 않은 거다.

그 고민을 같이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 그 아이는...

혼자서 그 고민을 해야하고, 그 답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 마주하면 할수록 사는게 재미없어질 것 같다.


우리의 외로움은 거기서 오는 것 같았다.

자신이 정말 행복을 느끼는 것을 찾지 못하는데서...

삶은 이제 더 이상 재미없고, 도통 어디서 어떻게 재미를 찾아야할지도 모르겠고...

다람쥐 챗바퀴처럼 도는 인생... 이러나 저러나... 군중 속에서도 한없이 외로워질 따름이다.


지금 우는 그 아이에게 필요한 건...

아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물어주는 관심

아이가 좋아하는 걸 들어주는 이해

아이가 좋아하는 걸 해보게끔 도와주는 배려

아이가 좋아하는 걸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랑


아이는 운다.

우는 건 동심이다.

우리는 안운다. 아니 못운다.

어른이니까... 울음이 터지려는 걸 애써 참고 또 참는다.

외로워도 참고, 아파도 참고, 슬퍼도 참는다.

보기 싫어도 보고, 있기 싫어도 있고, 하기 싫어도 한다.


동심은... 솔직하다.

어른은... 솔직하지 않다.


나는... 동심을 잃고 싶지 않다.

내가 행복을 향해 갈 수 있는 문을 여는 열쇠가 바로 그 동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내 안의 동심에 늘 귀를 기울이자... 그 마음 속 웃음소리와 울음소리에...!


# 사진출처: http://www.gjphotoclub.net/exh0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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