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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지인의 부탁으로 고3 영어 과외를 해오고 있다.
이제 수능 백여일을 앞두고 학생의 학부모님께서 서너달 과외를 했는데도,
딱히 점수가 오른 거 같지 않아 걱정이라며 내게 상담을 청하셨다.

학부모님의 마음은 하나다. 빠른 시간 안에 학생의 점수가 팍팍 오르길 바라신다.
문제 푸는 요령을 가르켜서든지 수능에 나올법한 문제를 예상해서 알려주든지 어떻게 해서든 말이다.

학생이 처음에 어떤 수준이었고, 그래서 어떤 훈련을 해왔고,
덕분에 지금은 어떤 수준이고 장차 발전 가능한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시기 보단,
그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때려서라도 목표 점수에 빨리 도달해서 이왕이면 더더 높은 점수를 받길 바라신다.
오히려 학생보다 학부모님이 더 고3스럽게 긴장을 하고 계신 듯 하다.

사실 난 과외하는 내내 학부모님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거지 학부모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겐 '학부모님이 뭘 원하는시는가?'보다 '학생이 뭘 원하는가?'가 더 중요했다.
학생 입장에 가장 알맞는 길을 찾아 등불을 비춰줘야지 학부모가 바라는 길이라고 그 길을 안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나의 입장을 분명하게 다시금 피력하고자, 부모님께 지금까지의 학습과정과 현 상황, 향후 목표 및 지도 계획을 정리하여 말씀드렸다.

"학부모님께 제일 중요하신 건 <점수>겠지만요.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재미>입니다. 그 다음으로 <점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때려서라도 가르치면 수능 때까진 어떻게든 공부하겠죠. 어쩌면 지금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게 영어를 배운 사람이 수능 끝나고 영어에 진절머리가 나 평생 영어랑 담을 쌓고 사는 모습. 저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한 교육은 제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학생이 수능을 치고도 영어에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TOEIC이나 TOEFL을 공부하며 영어를 자신의 왼팔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찍이 말씀드렸듯 제 교육방식을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저는 괜찮으니 다른 과외선생을 찾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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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forD100_페이지_2.jpg PlanforD100_페이지_3.jpg  

나 역시 그 누구보다 그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길 바란다.
그가 보다 큰 꿈과 용기를 가지길 바라며, 진정어린 동기부여의 불씨가 되어주고자 노력한다.
사실 한 달 전에, 그 학생과 둘이서 내기를 걸었다. 

"내가 매번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너가 모르는 거 물어보면 답은 바로 말 안해주고 찾는 법만 알려주며 일일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게 하고. 뭐 하나 제대로 정리해주는 건 없고, 매번 너보고 읽어보고 생각해보고 설명해보라고 하니. 너 혼자만 고생하는 거 같고, 난 매월 50만원 날로 먹는 거 같지?

착각하면 안돼. 나 그 50만원 때문에 과외하는 거 아니야, 그거 안 받고도 얼마든지 과외할 수 있어.
과외 4시간. 여기까지 오고가는 이동시간 4시간. 내가 너에게 일주일에 투자하는 시간, 총 8시간.
한달 약 32시간, 대략 이틀의 시간이지. 스물여섯 서호건의 이틀의 삶이 50만원의 가치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내가 널 가르치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그 시간을 고스란히 나 스스로의 발전에 혹은 돈을 버는 데 쓰면 50만원의 가치도 못할 거 같니? 천만에...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야.
건물 밖만 나가면 걸으면서 영어 들으며 따라 말하고, 매번 여기까지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
내가 고작 성의없이 수업듣는 아이 부모한테 50만원 받아 먹으려고 여기까지 온다고 생각하면 진짜 큰 오산이야.

나는 너를 통해서, 내가 나 아닌 사람에게 열정의 불씨를 불붙일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하면,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고 의욕이 없는 학생에게 공부의 참 재미를 일깨워주고 스스로 열심히하고픈 마음이 들게끔 해줄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는거야. 이를 통해, 너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러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거야.

우리 내기 하나 하자!

넌 고3이고 난 대학생. 넌 체육교육과 지망생, 난 공대생.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넌 영어를 공부하고, 난 운동을 하고 있지.
난 영어 공부의 어려움을 알고, 넌 운동의 어려움을 알지.

자~ 좋아 그럼, 앞으로 두 달! 8월 말까지!
넌 단어장 두 권, 난 식스팩!
너가 지면 네 두 달치 용돈, 내가 지면 내 두 달치 과외비!
어때? 자신있어?"

그는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단어 암기력이 150% 향상되었고, 지난 수요일까지해서 단어장 한 권을 외웠다.
이번주 일욜에 전체적으로 틀린 단어를 살펴 최종 마무리하고 새로운 단어장 암기에 들어간다.

나?

난 그날 이후로, 밥을 먹지 않는다.
대신 "우유 + 다이어트용 콘프러스트 + 야채 + 삶은 돼지고기 등심 100~200g + 마늘 두 쪽 + 견과류"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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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술자리라든지 모임에서 마주하는 그 흰 쌀밥 한 톨 한 톨이 어찌나 달콤하든지ㅠㅠ
하루 한 시간 웨이트 운동만 하던 것에 더해서 웨이트 한 시간 하고 난 후, 청계천과 한강을 한 시간씩 뛰기 시작했다.
7월초 몸무게가 69Kg 대였다. 지금은 66Kg 대다. 목표는 62kg 대다.
복근도 Four Packs까진 보인다. 아랫배 Hidden Two Packs만 꺼내면 된다.

우린 그렇게 "남자 대 남자"로 각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로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난 더 이상 학생에게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같은 물음은 하지 않는다.
그저 일주일 간격으로 내 복근 만들어지는 사진을 학생에게 보여주며, 물어보기만 한다.

"난 내 100만원 지킬 수 있을 거 같은데, 네 8만원은 어떻게 괜찮겠니?"

학생은 "그럼요."라며 자기도 열심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픈지 외운 단어를 술술 내뱉고, 수업 중 질문도 팍팍한다.
 
학부모님께 그러한 내기를 진행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며,

"아들 혼자 고3이니까 당연히 걔는 공부해야한다는 식의 압박감은 학생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아들이 잘되길 바라신다면, 말로만 "공부해라.", "긴장이 안되니?" 같은 말로 부담감을 주려고 하지 마시고,
학생이 집중할 수 있는 집안 분위기라든지, 영양가 높고 소화도 잘되고 집중력에 좋은 음식을 차려주신다든지,
집안에서 TV 예능을 틀어놓기 보단,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본다든지 아니면 아예 꺼놓고 산다든지...
진짜 학생에게 필요하고,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시고, 그것만 제대로 챙겨주십시오.
학생이 할 일은 학생을 믿고 학생에게 맡겨주시고요.

학생 스스로도 본인이 고3인 줄 잘 알고, 더 공부 잘하고 싶고, 더 높은 점수 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다 그렇듯, 그렇게 모두 뜻대로 공부가 잘 되고 집중이 잘 되면 누가 공부 안 하겠습니까?
저도 집중 잘 안됩니다. 저도 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져온 습관이 있고, 재미가 있고, 이유가 있으니까 제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겁니다.

고3이 되기 전까진 공부를 전혀 안해온 학생이
이제 습관을 만들어가는 중이고, 재미도 이제 찾아가는 중이고, 이유를 알아가고 있는데...
저처럼 지긋이 앉아서 공부하길 바라시는 건 애정이 아니라 욕심이십니다."

과외 끝내고 문 밖을 나서며 학생의 어머님께 매번 듣는 얘기,

"학생 좀 혼내주세요. 선생님 가시고 나면, 공부를 안해요. 때려서라도 가르쳐 주세요."

늘 한결같은 내 답,

"제가 제 학생을 안 믿으면, 누가 믿습니까? 믿지 못할 학생을 제가 왜 가르칩니까? 저는 학생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는 절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난 부모님께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들은 잔소리는 좀 나가 놀라는 거였다.

"대신 집 안에 박혀 책 같은 거 읽지 말고, 밖에 나가서 애들이랑 좀 뛰어 놀아라!
도서관에 틀여박혀 책상머리에 들러붙어있지 말고, 산이나 강이나 바다 자연을 벗 삼아 놀아라!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 진짜 지식이 아니다. 몸소 겪고 부딪히며 배운 게 진짜 지식이다. "

자식이 높은 점수를 받길 바라는 것이 진정 자식을 위한 것인지,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자식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여 삶의 희노애락의 묘미를 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라지 않는가?

땔감도 안 챙겨다 주면서, 불도 못 붙이냐고 닥달하지 말라!
땔감도 알아서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지 말라!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나무 베는 법을 알고 태어났느냐?

나 대신 그가 나무를 베어 불을 붙이길 바란다면,
물론 나무 베는 일은 그가 해야할 일이지만,
먼저 어떤 나무를 베어야 하고 어떻게 베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배운 자가 해야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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