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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 민생을 위하여, 김육 대동법을 지키다 >편을 보고, 김육이라는 분의 삶을 엿보았다.

대한민국 역사 교사들이 부활시키고 싶은 인물 8위에 선정된 분이었으나, 부끄럽게도 나는 김육이라는 이름이 낯익지 않았다.


요즘 부쩍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조금씩 해가고 있다.

세계사를 이해하기 전에 국사부터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역사저널 그날을 첫회부터 차근차근 시청하고 있다.

혼자 보는 게 재미가 없어서, 같이 보며 공부할 사람을 찾거나 오픈 컬리지에 스터디를 열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중이다.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나 세상의 흐름을 바라보니,

앞으로의 향방에 대한 가늠이 조금이나마 더 뚜렷해지는 거 같아서

이 어둡고 차가운 세상을 살아갈 지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 주말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를 다시 보았다.

개봉했을 시점이면,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인데... 그 당시에도 규모와 연출면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었다.

이번에 다신 본 것은, 로마의 흥망성쇠에 대한 막연한 인식의 나래를 펼쳐보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동이었던 거 같다.


재작년에 개봉했던 《퓨리(Fury), 2014》를 보고서,

삶이라는 전쟁 속에서 평화를 기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반추되어 보였던 것을 시작으로

개인적으로 영화 속 내용들이 우리네 삶으로 투사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전투사들은 콜로세움 속에서 치열하게 싸운다. 처절하게 싸운다. 살기 위해서...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모습을... 보통의 대중들은 함께 여유롭게 보며, 박수치고 야유하고, 웃고 비웃고, 칭찬하고 욕한다.

그렇게 자극을 즐기고 죽어 나자빠져가는 전사들은 시나브로 잊어버린다.


우리들의 삶은... 어떠한가?

동네 놀이터에서 싸움박질하고, 기껏 나라 안에서 경쟁하던 5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세계화라는 콜로세움 속에서 모두가 각개전투를 하고 있지 않는가?

원대한 꿈을 쫓고,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분야에서 1위를 해서 살아남는 것만을 응원하고 있지 않는가?

이 끝없고 쉼없는 전쟁의 관객은 누구인가? 누가 웃고 누가 울고 있는가?


지난 주 ANSYS Convergence Conference에서 “스마트신인류가 이끄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는 주제의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교수님의 발표에서 처음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인류에 대한 분류를 접했다.


인류를 구분하는 기준 중에 손에 들고 생활하는 도구 제작과 이용에 따라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금의 인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심지어 PC를 접해본 적이 없는 이들 조차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폰을 들고 사는 "포노 사피엔스"라는 인류적 분류로 구분되어진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신인류가 추구하는 것은 "FUN(재미)"이라는 주장이 제시되었다.


모든 것이 대중이 원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무서운 논리였다. 개인적으로는 거북스러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라는 소설에서 '사무엘 핀처'는 쥐 실험을 통해 뇌 속에는 쾌감을 자극하는 신경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쾌감을 일으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열정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나아가 자신이 그 전류 자극을 통해 쾌감을 취할 욕구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이는 타인에 의해 조절되어야 함을 인식한다.


지금 인류가 만약 정말 쾌감을 온전히 자의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과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가?

신인류는 지금까지 지켜온 인간 종족의 공생을 추구할 수 있는가? 나아가 지구와의 공생을 추구할 수 있는가?

왜 인공지능에 통제권을 빼았겨 그것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인류를 이용하고 파괴할 것이라는 공상은 자연스러우면서,

우리 인류 스스로가 통제력을 상실하고 세상이 아노미 상태로 빠져갈 수 있음에 대한 경각은 미약한가?


세상은 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지고, 기술도 나아졌고, 소식도 빨라졌으나...

인간답다고 느껴지는 감흥은 오히려 급속도로 희미해지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에서는 원전 파괴가 있었고 얼마 전엔 가고시마현 사쿠라지마 분화가 일어나기도 했고,

미국에서 2005년 태풍 카트리나에 의해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는 여전히 복구되지 못하고 있고,

북한엔 홍수로 사람이 쓸려가고 세계 각지에서는 지진에 의해 엄청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말로는 지구촌이라고 하면서, 전혀 이웃 같지가 않다. 역지사지가 되어보면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을까?


한없이 가까워졌으면서도

한없이 무관심해진 것은

위선인가 아니면 이것이야 말로 인간다움인가?


우린 세계화라는 콜로세움 속에 각자 전투사이면서 동시에 서로에 대한 관객인가?


Re_20161017_091926.jpg

요즘 마음이 사뭇 무거워지는 이유는...

이러한 세태가 향해 가는 미래가... 거칠어 보여서다.

가을 바람에 날씨가 건조하여 피부가 까칠까칠해지듯

사람들이 건조하여 서로의 삶이 꺼끌꺼끌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늘 아침 나는

이 싸늘한 아침에 홀로 피어난 코스모스를 만났다.

이 와중에도 꽃은 피어나더라,

나는 꽃보다도 연약한 마음을 가졌나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걸 새삼 배웠다.


이런 공상들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그냥 세상이 쫓아가는데로

"FUN"를 향해 투자하고 이익을 보고 살아가도 된다.

그러나 모두가 맹목적으로 뛰어갈 때,

나는 그곳이 절벽을 향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이 뛰어 올라 탄 배가

올라선 모두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것인지를...

가늠해보려 한다. 성급할 필요는 없다.

나 하나 조금 늦었다고 올라설 수 없는 배라면...

이미 그 끝은 뻔하다. 바람따라 작은 파도라도 일면,

모두가 우왕좌왕 서로에게 밀려 떨쳐질테니 말이다.


다 떠나서...

그냥 나는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런데 왜 웃질 않는 걸까?

언제 불현듯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내 가족 중에 한 사람만이라도 심각하게 아프다면,

우리 공장 직원 중 한 사람만이라도 사고를 당한다면,

협력업체 사장님 중 누군가가 갑자기 부도를 맞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잃어보기 전엔 결코 있는 그대로 공감하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참으로 어리석고 어리석다.


머리로 아무리 헤아려 본들 가슴으로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은...

위선인가 아니면 역시 이 마저도 인간다움인가...


옛 선인들은 이런 내면적 갈등에 무엇이라 답했을까...


그러면서 200년을 기획하고 100년에 걸쳐 겨우 실현된 조선시대 조세개혁 대동법에 방점을 찍으신

"김육"님의 집념을 듣고 있노라니... 그저... 흔들리는 밤하늘의 달빛처럼 가벼운 내 신념이 부끄러워질 따름이다.


Re_20161017_1955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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