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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왜 사람을 대할 때 신중해야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다가...

문든 든 생각,
우리가 연필과 샤프와 볼펜을 쓸 때 각각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음이 떠올랐다.

연필은 한 번 부러지면, 다시 깎아서 쓰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따로 들어간다.
그래서 연필을 다룰 땐, 힘 조절에 더 신경을 쓴다.
더불어 필통에 넣거나 휴대할 때도 펜 심이 부러질까 노파심에 더 마음을 쓰게 된다.

그러나 샤프를 대할 땐, 그렇지 않다. 부러지면 다시 누르면 되니까... 연필보다는 부담없이 쉽게 다루게 된다.
그래도 휴대할 때는 펜심을 집어넣어서 마지막 남은 그 조금은 부러지지 않도록 소소한 조치는 꼭 취한다.

반면, 볼펜은?
모나미 볼펜은... 부러지지 않는다. 그냥 막 쓰면 된다. 똑, 딱. 으로 모든 것은 간편하게 끝난다.
힘 조절은 중요하지 않다. 글씨체가 괜히 신경쓰이고, 펜 똥이 쌓이는 게 거슬린다.

우리가 각각의 필기구를 대함에 있어서 그렇게 확연히 차이가 나는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각각 중에 어느 것이 더 소중하다고 느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닌 거 같다.
오히려, 가격으로 치면 고급 볼펜을 가장 소중히 다뤄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각을 대하는 태도의 본질적인 차이가 그게 재화적인 값어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우린 알고 있는 거다.
각각의 특징들을 알고 그것의 결과를 어느정도 예상하고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필기구도 알고서 대하니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잘 대하게 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은 필기구보다도 훨씬 다채롭고 복잡한데, 우린 왜 사람을 대함엔 천편일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 하는 걸까?
개개인의 특질과 그러한 성격이 발현되는 이유들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 사람들의 행동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맞춰 그를 조금 더 잘 대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누군가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은 연필에 대해 알게 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잘 대함의 본질이 이해로부터 온다는 점을 떠올리면,
남과 내가 좋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뿐이다.

IMG_20151127_170254.075.jpg

꿈 - 피천득

간절한 소원이 꿈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려서 꿈에, 모터사이클에 속력을 놓고 마냥 달린다. 브레이크를 걸어도 스톱이 되지 않아 애를 쓰다가 잠이 깬다.

나는 와이키키 비치에서 한 노인 교포를 만난 일이 있다. 그는 1904 년에 이민으로 하와이에 온 후, 50 년이 되어도 꿈의 배경은 언제나 자기 고향인 통영이라고 하였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라고 한 노산의 노래가 생각난다. 미국에서 유행되던 '푸르고 푸른 고향의 풀' 이라는 노래가 있다. 감옥에 갇힌 사형수가 꿈에 고향을 꿈꾸는 것이다. 눈을 떠 보면 회색빛 네 벽만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그러나 꿈 속에서는 벽돌담도 철창도 다 스러져 없어지는 것이다.

또 이런 사연의 노래가 있다. 아기가 자기 전에 기도 드리는 것을 엄마는 몰래 엿보았다. 빨간 리본을 보내달라고 아가는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엄마는 빨간 리본을 사러 거리로 나갔다. 그러나 밤이 깊어 상점은 모두 닫혀 있었다. 엄마는 돌아와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아기 방문을 열어보니 아기의 머리맡에는 빨간 리본이 놓여 있었다. 기적이라고 생각하여도 좋다. 그러나 이것은 엄마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진 꿈일 것이다.

서양 전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처녀가 성 아그네스제 전야에 단식을 하고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아니하고 성 아그네스에게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면, 그날밤 꿈에 미래의 남편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 나는 꿈에 엄마를 찾으러 길을 가고 있었다. 달밤에 산길을 가다가 작은 외딴집을 발견하였다. 그 집에는 젊은 여인이 혼자 살고 있었다. 달빛에 우아하게 보였다. 나는 허락을 얻어 하룻밤을 잤다. 그 이튿날 아침 주인아주머니가 아무리
기다려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거기에 엄마가 자고 있었다. 몸을 흔들어보니 차디차다. 엄마는 죽은 것이다. 그 집 울타리에는 이름모를 찬란한 꽃이 피어 있었다. 나는 언젠가 엄마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얼른 그 꽃을 꺾어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하얀 꽃을 엄마 얼굴에 갖다 놓고 "뼈야 살아라!" 하고, 빨간 꽃을 가슴에 갖다 놓고 "피야 살아라!" 그랬더니 엄마는 자다가 깨듯이 눈을 떴다. 나는 엄마를 얼싸안았다. 엄마는 금시에 학이 되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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